전광영 Kwang Young Chun

Artist

 한지 조형 작가로 알려진 전광영 작가는 1995년 고서를 활용한 ‘집합(Aggregation)’ 시리즈로 세계적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고서를 사용하여 캔버스에 촘촘히 박는 식의 입체 작업은 전광영 작가가 유일하다.

 한지를 사용한 작가의 작품에서는 그 독특한 질감으로 한국적 감수성을 드러내며, 실험적이고 완전히 새로운 형태의 예술 조형물을 만들어냄으로써 지나간 역사를 기념하는 동시에 해체한다. 삼각형 모양의 작은 스티로폼을 고서(고서) 한지로 싼 다음 천연 염색 기법으로 물들인 후 캔버스에 일정한 패턴으로 재배열하여 하나의 집합체로 형상화하여 빼곡히 붙여 만든 ‘집합(Aggregation)’ 시리즈의 한 작품이다. 전광영 작가의 작품은 유년시절 큰할아버지가 운영하던 한약방에서 본 종이 약봉지와 한국 고유의 보자기 문화에서 착안한 것이다.

 작가가 재료로 사용한 한지는 서민의 삶이 깃든 옛 신문, 소설 또는 야사, 이름 모를 가문의 족보, 상점의 장부 등인데, 이를 통해 특정 시대를 살아간 개개인의 경험과 삶의 이야기를 수집해 해체하고 다시 배열하였다. 대지의 강렬한 에너지를 품은 대작으로 평가되며, 재생 재료인 종이로 인간 회복이라는 생태학적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한 거장의 작품이다.

 

Q. 집합이라는 개념이 궁금하다.

– 스티로폼 삼각형 조각을 한지로 싸서 완성한 소재는 정보의 최소의 단계이고 그것이 쌓이면서 작품이 되고, 그 작품에는 나의 실체적인 표현이자 내밀한 기록이 담겨있다. 약봉지는 정보이자 인류가 쌓아온 경험의 산물이다. 나의 작품 역시 단순하게는 스티로폼 삼각형 조각으로 된 단위의 정보의 집합이자 시간의 집합이며 나의 경험과 기억의 집합이다. 그래서 내 작품의 개념을 집합이라고 정의한 것이다.

                                           – 전광영 작가 인터뷰 中 

  작가노트

 나에게 있어 ‘한지에 쌓인 하나의 삼각형 조각’은 정보의 기본 단위이자, 작품 속에서만 생존하는 생명의 기본 단위이고, 각자 독립적인 대표성을 가진 사회적인 사건, 역사적 사실들이다. 나는 한 조각 한 조각들을 의식적으로 때론 무의식적으로 2차원의 공간에 붙이는 행위를 통해, 정보의 최소 단위인 각 조각, 생명의 클론(clone)들이 다(多)차원적으로 인접한 조각들과 화합하고 대립하고 때론 크게 충돌하는 것을 표현하고 싶었다. 이는 나의 초창기 미국생활 때부터 마음속 깊은 곳에 내재 되어있던 느낌과 상념들, 즉 충돌과 파괴의 인류사, 반목하는 국가와 민족들, 물질주의와 배금주의 속에서 서로간 무한경쟁과 충돌로 내몰리는 현대인의 피폐해진 삶을 표현하고자 했던 나의 작가적 여정의 중요한 이정표가 되었다.

 근 20여 년 만에 기어이 나는 나만의 몸짓과 언어로 세상과 소통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상처는 외부로부터 침입한 세균과 우리 몸 속의 방어선인 백혈구 간의 충돌의 흔적이다. 간단한 상처의 경우는 아주 희미한 흔적(병을 앓았었다는 경험적인 기록)을 남기지만, ‘홍역’처럼 세균과 우리 몸 간의 격렬한 투쟁을 수반했던 큰 질환의 경우는 평생을 짊어지고 강하는 흉터를 온 몸 곳곳에 남기게 된다. 우리 개인끼리도 사소한 다툼이 있는가 하면 물리적인 충돌을 동반하는 폭력이 있다. 나라와 나라 간에도 ‘외교’라는 비폭력적인 충돌의 장(場)이 무용지물이 되면 즉시 전면적인 물리적 충돌인 전쟁이 뒤따른다. 앞서 나는 나의 캔버스와 그 곳을 채우고 있는 한지 조각들이 인간사와 세계사의 굴곡을 투영하는 창으로 표현하고자 했음을 밝혔다. 나는 사람들의 몸에 난 흉터, 사회 구성원 간의 충돌, 국가와 민족 간의 전쟁, 인간의 자연에 대한 착취 및 그로 인해 신음하는 대자연 등, 하나 하나의 최소단위 및 그들의 인위적, 자연적인 집합으로 구성된 무리들이 역동적으로 충돌하며, 충돌후의 “각자가 가졌던 이질적인 에너지의 힘과 진행방향”을 시각적으로 기록하고 싶었다.

 마치 전쟁중인 두 국가가 여기저기 인접국들에 전흔을 남기며 시시각각 국경선을 변모 시키듯이 수 억년 전에 각 대륙을 이루는 판들이 서로 충돌하여 바닷속에 큰 해구를 만들고 하늘 높이 치솟아 히말라야와 같은 거대한 산맥을 형성했듯이, 나의 소우주(작품)속에서도 작은 한지 입자들 간의 격한 충돌은 산맥과 같은 모습으로 돌출되기도 하고 큰 홈을 만들기도 한다. 앞에서 ‘논어의 예(例)를 들어 표현했던 인접한 입자 간의 충돌이 각기 다른 사고와 사상, 국가관을 가진 개인과 집단 간의 소극적인 충돌, 즉 우리의 사고 체계 내에서의 견해의 차이 정도를 뜻했다면, 화폭 곳곳이 큰 흔적을 남기며 돌출되어 있는 입자들의 무더기는 보다 격한 충돌, 영구적인 물리적 변화와 흔적을 남기는 커다란 사건들을 상징한다.

 

To me, the triangular pieces wrapped in mulberry paper are basic units of information, the basic cells of a life that only exists in art, as well as in individual social events or historical facts. By attaching these pieces one by one to a two-dimensional surface, I wanted to express how basic units of information can both create harmony and conflict. This became an important milestone in my long artistic journey to express the troubles of a modern man who is driven to a devastated life by materialism, endless competition, conflict, and destruction. After almost twenty years, I was now able to communicate with my own gestures and words.

 A wound is a trace of the battle between bacteria invading your body and the white blood corpuscles defending it. Simple wounds leave small scars (the empirical documents of the disease), but more complex diseases like measles, which calls for a harsh struggle against the disease, leave large scars that sometimes last for a lifetime. Individuals have trivial arguments, sometimes accompanied by physical violence. Between nations, when the nonviolent form of diplomacy becomes useless, physical wars follow. As previously stated, I tried to transform my canvas and the mulberry paper pieces into a window that reflects the history of human life. The scars of our bodies, the conflicts between members of society, the wars between nations, humans’ exploitation of nature and nature’s suffering—all of these units and the natural, social groups they constitute are dynamically in conflict with one another, and I wanted to chronologically document the force and direction of their energy. Just as two nations in war transform their borders, leaving scars on their neighboring countries, or just as billions of years ago continents collided, creating deep oceans and high mountains, in my small universe, the small units of mulberry paper create protrusions and craters over the surface. If the collision between particles in my previous example of Confucian Analects represented the collision between different thoughts and ideas of individuals and societies (that is, a difference of opinions within our system), the mass collision on the canvas symbolizes a stronger clash of events, which leaves permanent changes and deep scar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