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재홍 Kwon Jay Hong

Artist

  조립식 플라 모델 속의 소년 인형

  권재홍은 조립식 플라 모델(plastic model)의 형식 속에 배열된 인형이나 로봇을 통해 사회 비판적인 메시지를 전달한다. 플라 모델 속에는 폭력이나 억압 등을 연상시키는 은유적인 사물들과 소년의 이미지가 공존한다. 주근깨가 있는 불량소년을 중심으로 배열된 분절된 사물들은 주인공 소년의 도구이기도 하고, 그를 에워싼 환경이기도 하다. 인형과 사물을 연결시켜주는 사각형 뼈대는 한정된 시공간 속에서의 조합을 통해 놀이적 특징을 극대화시킨다. 주제에 따른 다양한 변주들 가운데에서도 엄격하게 지켜지는 규칙은 일상적 세계 한가운데 있는 일시적 세계들이며, 폐쇄적인 총체를 구성한다. 놀이가 펼쳐지는 한정된 장인 하얀색 플라스틱 사각형은 바둑판이나 장기판처럼 무한대의 조합이 가능한 틀이 된다.

 

  권재홍은 자신의 취향에 의해 선택된 사물과 인물을 새로운 질서에 맞추어 배열한다. 불경스런 자세를 취한 학사모 소년은 학벌중심사회를 풍자한다. 권투장갑, 터진 샌드백 등으로 나타나는 폭력은 가해자이면서도 피해자인 소년의 이미지로 집약된다. 태극기의 태극을 붉은 색이나 스마일 형태로 바꾸어 놓거나, ‘뷁!’ ‘존나 잘했어요’ 같은 신조어와 비속어의 남발은 아름다움이나 영원함 따위의 순수 예술적 기준과는 거리가 멀다. 그의 작품은 예술보다는 놀이적 특징, 즉 열려있는 구조를 지향하는 엄격한 규칙의 준수에 가깝다. 특히 플라 모델 속에 인형과 함께 등장하는 엉성한 로봇들은 사회적 규율의 내면화와 자동화를 암시하는 캐릭터이다. [감옥 철인 22호]에는 감옥 문, 깡통 로봇, 권총, 우주선에 실린 동물 등의 요소가 배치된 것인데, 궁극적으로 근대의 기획이 완성하려는 순종적 인간상과 로봇의 관계를 드러내고 있다. 귀족의 오락을 위한 자동인형의 제작자들은 19세기로 넘어가면서 인간의 노동을 대체할 수 있는 기계의 고안자로 변신했다.

 

  사회적으로 볼 때, 인간과 기계의 연결은 신체 중심의 규율의 확립과 연관된다. 권재홍의 작품에서 공부방의 문과 감옥의 문은 크게 구별되지 않으며, 공부하는 기계는 처음에는 구조적 폭력의 희생자였다가, 나중에는 타인을 억압하고 강제하는 폭력의 재생산자가 되는 연쇄적 순환 고리를 이룬다. 인형이나 로봇은 구조와 체제가 요구하는 임무에 순종하는 신체로 권력이 축약된 모델이기도 하다. [감옥의 역사]의 저자 미셀 푸코자 지적하듯이, 신체와 그것에 의해서 조작되는 물체가 맞닿는 모든 면에 권력이 스며들어 양자를 서로 묶어놓는다. 권력은 신체-병기, 신체-도구, 신체-기계라는 복합체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복종의 기술을 통해 새로운 객체가 만들어지는데, 그 객체는 서서히 기계적인 신체의 외양을 갖춘다. 푸코는 이 책에서 인간에 대한 통제와 그 활용을 위한 세부의 세심한 관찰, 그리고 동시에 사소한 것에 대한 정치적 파악으로부터 근대적 휴머니즘의 인간이 탄생하게 되었다고 결론을 내린 바 있다.

 

권재홍 작가는 “장난감은 대개 유명한 만화 캐릭터를 바탕으로 만들어져 멋지고 예쁜 것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현실은 만화가 아니고, 만화가 가진 환상을 걷어낸 장난감을 만들고 싶었다.“고 말한다.

 작가 약력

2003  경원대학교 대학원 응용미술학과 졸업

1999  경원대학교 환경조각과 졸업

 

개인전

2008  미니 개인전 “Beautiful Korea”, 쌈지 아트마트, 서울

           1회 개인전 “존나 잘했어요”, 갤러리 킹, 서울

 

그룹전

2008  한국산 그림 전, 쌈지 아트마트, 서울

           “사적인 게임”, 갤러리 나요, 서울

           Wonderful Life, 두산 갤러리, 서울

           인형 – 놀이 전, 갤러리 나요, 서울

           팝아툰 “타임캡슐을 열다”, 한국 만화 박물관, 부천

           사랑 특유, 갤러리 쌈지, 서울

2007  이중적 감성, 갤러리 킹, 서울

2006  LiLiPut in me, 머슈룸 갤러리, 뉴욕

           Better Together, 갤러리 가이아, 서울

           상상력의 힘, 고려대학교 박물관, 서울

           보헤미안 스페이스, 아르코 미술관, 서울

 2005  신진작가들의 발언 / 비평가들의 제안 전, 프로젝트 스페이스 집, 서울

            다이나믹 콩콩 70, 우림 갤러리, 서울

            INTERFACE – 싸이코 드라마, 경기문화센터, 수원

            NANO in Young Artist, 대안공간 LOOP / 갤러리 쌈지, 서울

2004  일상의 연금술, 국립현대미술관, 서울

2002  대안공간 네트워크 전 “럭키 서울, 도시와 인간”, 대안공간 LOOP, 서울

2001  넥타이 부대의 점심시간, 포스코 미술관, 서울

2000  제 2회 공장 미술제 “눈 먼 사랑”, 샘표식품 공장, 서울

1999  제 1회 공장 미술제 “예술가의 집, 비정착 지대”, 이천 아트센터, 경기도 이천

           제 4회 밀레니엄 쇼, 21세기 화랑, 서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