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용래 Yong Rae Kwon 

Artist

권용래 작가는 자신의 경험을 예술로 승화시키는 작업을 한다. <내면과 외면사이 직관적 표현에 관한 연구(1992)> 시작으로 스테인리스 스틸 조각을 활용한 회화와 부조를 융합한 작업을 2004년부터 이어오고 있다. 그의 대표작 시리즈는 그간의 과정을 보여주기에 충분하다. 작가는 어둑한 작업실의 구석에 쬐던 광선이 사물을 비추는 순간, 17세기 빛의 화가 렘브란트를 떠올린 캔버스 화면 위를 빛으로 물들이고 있다.

  권용래는 자신의 작품은이라 언급한다. 하나의 작품을 완성하기 위해 빛을 도입하는 것이 아니라 자체가 재료이자 기법이며 표현이고, 빛을 그려내는 것이 아닌 화면 위에 그것이 머물 있도록 자리를 마련하는 것이라 한다. 그는 조형적 아름다움을 세밀하게 쫓기 위해 수십, 수백 개의 스테인리스 스틸 유닛(unit) 해머링 하여 평평한 표면을 구부러뜨리는 작업을 안료를 안착, 캔버스 평면적인 공간에 고정하고 조명을 비춘다. 이때 스틸의 차가운 조각들은 아이러니하게도 빛을 만나는 순간 따뜻한 봄의 물결을 연상시키듯 각양각색의 빛을 내뿜으며 하얀 캔버스 화면 위에서 황홀한 환상을 보여준다. 비어있던 화면 위에 오묘하고 신비로운 일루젼, ‘빛의 변주 나타나는 순간이다.

  굴곡진 스틸 조각은 마치 음식을 담는 그릇처럼 화면 위에 모여있다. 한군데 모아진 그릇들은 군집이 되어 빛의 산란을 이루며 보는 이에게 신비로운 오로라를 선사한다. 군집은 반짝이는 강이 되기도, 때로는 바다가 되기도 하고, 뜨거운 여름 낮의 태양이 되기도 한다. 조명이 꺼진 상태에서는 자연의 은은한 반짝임을, 조명을 비출 때는 단적인 회화로는 표현할 없는 희열과 화선지 위의 먹이 발묵하듯 일획의 농염한 유닛들이 그어진다

​최근작 <꺼지지 않는 불꽃(The Eternal Flame)>은 그 연장선이다. 작업의 출발점이자 중심 개념은 회화이다. 모더니즘 이후 평면에서 오브제의 사용은 흔한 일이며 동시대의 미술은 다양한 매체를 다루며 장르를 거침없이 넘나들고 융합한다. 그의 작업의 내밀한 어법은 고전적인 회화의 고민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작가는 미술이 지속적으로 추구하던 재현과 평면의 문제 너머에 있다. 혹자는 입체물이나 설치물로 보기도 하지만 작업이 보여주는 것은 회화의 확장이고 설치된 작업은 회화의 연속이다. 

다양한 컬러로 색을 입은 각각의 스테인리스 스틸 유닛들은 빛을 만나면 불꽃처럼 타오른다. “The Eternal Flame’. 작가는 빛의반사 통해 일어나는환영그림자 만드는 대립적이고 이질적인 개념들이 발산하는 에너지를 통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의 양면을 은유적으로 표현하고자 한다.

 

빛은 상징이자 은유다. 빛은 진리이며 신적인 존재와 영원한 것을 내포한다. 작가는 빛의 신비감을 주는 조형작업으로 빛의 연금술을 찾아낸다. 붓과 물감으로 작품을 만든다는 회화의 고정관념을 깨고 스테인레스 스틸 판재와 조명을 이용해 집요한 연구와 작업으로 독창성을 확보한다. 작업의 형식은 평면과 설치 공간에 동일한 구조를 이룬다. 금속 조각, 조명, 그리고 그림자는 작가에게 조형 요소이자 빛 자체의 내밀한 본성을 드러내는 제작 도구이다. 작업 규모에 따라 조절하는 조명의 개수는 그림자의 미묘한 차이를 유도하며 금속판 유닛의 크기와 조명의 각도는 작업의 조절 장치이다. 스테인드글라스용 투명물감은 반사 빛의 다양한 색상을 연출한다. 겹쳐진 그림자와 공간의 여백은 다각도의 반사광이 드리워지는 기획된 미시의 화면이다.  

 

-김대신 (미술과 문화비평, 문화사 박사)-

 

작가노트

  어둑한 작업실의 구석에서 창문을 통해 들어오는 광선이 사물을 비추는 순간, 17세기 화가 렘브란트는 그윽한 존재감에 몸부림 쳤을 것이다. 기원전 15000 알타미라나 라스코의 동굴에 비친 희미한 광선으로부터, 빛이 너무 좋아서 이젤을 들고 찬란한 태양빛 속으로 뛰려나갔던 모네, 이글거리는 대지며 밤하늘의 별들, 해바라기와 들판의 향나무, 자신의 얼굴조차 불꽃으로 일렁이게 했던 고흐를 지나 현재에 이르는 미술은 빛의 역사가 아니었는가?

나의 작품은 빛이다. 작품을 완성하기 위해 빛을 도입하는 것이 아니라 빛 그 자체가 재료이자 기법이며 표현이다. 빛을 그려내는 것이 아니라 빛이 머물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인간은 하나의 빛이다. 그들의 문화도, 그들이 이루어 나가는 역사도 또 그들이 영위하는 삶도 빛인 것이다. 빛은 사물에 앞서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