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자 Kyung Ja Kim

Artist

  약 20여 년 전부터 자연의 리듬(네이쳐스 리듬)이라는 테마 아래 그동안 작업을 해온 김경자 작가는 이 빛과 조금 다른 자연과 도시생활, 현대인이 사는 도시 생활의 관계를 나타내기 위해서 이미지는 큐빅으로 세모나 원, 네모의 형태로 기호적인 것들을 넣고 그 다음 꽃 드로잉을 한 개씩 집어넣는 작업을 해 왔다.

무위자연(無爲自然)의 감성, 생명의 교감

 작가는 표현의 주체인 꽃과 자연의 이미지를 이중으로 분할 표현하여 자연에서 체득한 생생한 경험과 느낌을 극히 세밀하면서도 사색적 느낌으로 전달하고 있는데 이런 점들은 그가 비록 주로 다루는 표현의 주된 소재가 꽃과 새의 형상들이 은유적으로 해석된 일시적 형상들이지만 그 대상들은 작가의 기억 속에 내재 되어있는 인간과 자연의 존엄하고 성스러운 생명의 이미지라는 점을 분명하게 알 수 있게 해주는 것들이다.

 따라서 자연의 교감을 통한 생명력의 감동이 작품 속에 오롯이 담겨있는 작가의 작품세계는 서구 모더니즘 화풍을 인지하고 있으면서도 동양적 미감과 도교 철학의 정신적 특성을 화면 속에 내재 시키고 있으며 지속적인 표현방식의 연구와 변화를 통하여 그 만이 보여줄 수 있는 한국적 회화 언어로 발전시켜 오고 있는 것이다.

 사실 그의 작품은 조용히 들여다보면 매우 정적이면서도 사색적 느낌을 간직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러나 두터운 질감과 다양한 매재 실험, 자연의 생동감이 수반된 감각적인 조형감각, 사실주의적 묘사태도와 형태를 변형시키고 색채를 단순화하는 추상적 시각이 혼용된 그의 작품세계는 이런 감각을 뛰어넘어 더욱 깊이 있는 회화적 조형언어가 펼쳐지는 또 다른 미감의 세계로 이끌어 가고 있는 것이다.

 화실에 쌓여 있는 엄청난 양의 작품들을 통해 그동안 작가는 사물을 인지하고 해석하는 열린 시각과 대상과 주제를 해석하는 치열한 그만의 감수성 등 누구보다도 작품에 대한 진지한 열정과 조형능력을 보여주었다. 그런 이유로 앞으로 그가 주목하는 표현대상에 대한 자유로운 해석과 끊임없이 탐구하는 정신적 노력을 지속적으로 추구한다면 향후 작가의 작품세계는 더욱 더 의미 있게 국내외 화단에서 그 진정한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는 것이다.

                                                    미술 비평가 장 영 준

 

 

매혹적인 이미지자연의 리듬

 오키프가 꽃을 오랫동안 그의 회화에 중요한 모티브로 삼은 것처럼 김경자 역시 꽃을 아주 중요한 대상으로 다루어 왔다. 그리고 그 시간도 20여년을 헤아린다. 그의 화풍을 되돌아보면 80년대 그는 도시와 자연의 풍경을 거친 붓질로 표현주의 성향이 강한 작품을 선보였다. 동시에 일상적인 정물로서의 꽃들의 모습도 간간이 보여주었다.

 90년대 들어 그의 테마는 약간의 변화를 보여주는데, 기존의 풍경과 정물을 담아내면서 더욱 과감하고 남성적인 붓 터치로 야수파풍의 원색적인 세계를 드러냈다.

 당시의 작품들은 뛰어난 색채감각과 표현성 그리고 조형성이 돋보인 시기였다. 그의 이런 작업은 90년 중반 들어 더욱 원숙한 필치와 세련미로 심화되어 오랫동안 터득한 드로잉의 필선이 만나 꽃을 피웠다. 특히 거침없는 붓놀림과 감각적인 화면구성은 여류작가라는 상상이 불가 할 정도로 색감과 붓 터치의 역동적 구성미를 보여주었다.

 2000년 들어 그는 모든 화면에 이성적이고 감정이 절제된 형식의 화풍으로 변모하였다. 테마는 동일하지만 우선 다양하고 풍부한 색감을 억제하고 몇 가지 색만으로 화면에 밀도를 높이고 간결한 형태미에 집중되는 양식적 특징을 드러냈다.

 거의 미니멀리즘 분위기를 풍기는 그는 이 때부터 화면에 기호학적인 형상과 함께 동시에 공간을 분할하며 꽃 형태의 이미지가 전면적으로 등장한다. 그러면서 이전의 작품에서 볼 수 없는 부드러운 색상과 파스텔 톤. 분할 된 꽃의 탐미적 태도의 형상이 잘 어우러져 안정감 있는 회화세계를 보여 주었다.

 김경자의 화면은 점진적으로 부드럽고 단순하게 꽃 이미지를 품으면서 추상적인 아름다움을 부여해 주는 조형적 세계로 그의 신선한 이미지를 창조 한 것이다. 무엇보다 그가 가지고 있는 <자연의 리듬> 시리즈에서 느낄 수 있는 섬세함과 예리함, 이 작품 세계는 분명 자연의 조화에서 출발하여 탐미적인 과정을 거친 추상성의 결과이기도 하다.

 자연이 주는 부드러운 형태와 선, 화려한 색채를 통해 그는 자연이 주는 아름다운 절대의 세계로 가득 차 있다. 그가 일관성 있게자연의 리듬이란 명제 아래서 추구하는 것은 자연과의 만남이고 생명과의 교감이자 색채의 하모니이다.

 

                                                    미술평론가 김 종 근

작가 노트

꽃 이미지와 자연의 이미지를 병합 시켜 상호 간에 주고받는 대화적 관계를 보여주면서 자연 자체가 가진 고유의 리듬감을 인간이 만든 음악적 요소를 연결시켜 감상자로 하여금 화면에 몰입하도록 화면의 바탕에 놓여진 실제적 악보의 리듬감을 같이 향유할 수 있게 하였다.